‘스마트폰’ 태그가 지정된 글
HTC Desire 구입 그리고 첫 인상
실물이나 한 번 만져 보자는 생각으로 명동 나섰다가 바로 구입해 버렸네요. 그러고선 주말 동안 이리저리 살펴 보고 있습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던 것 이상으로 겉모양은 꽤나 탄탄하고 안정감이 있습니다.
Blackberry Bold 9000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사용감은 디자이어가 더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성능 차이도 있겠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애니메이션 효과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 키보드와 푸시에서는 확실히 블랙베리가 우위에 있다고 느낍니다. 하드웨어 키보드와 소프트웨어 키보드를 비교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블랙베리의 경우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 숙달이 가능했던 반면 디자이어에 번들된 디오펜은 비슷한 소프트웨어 키보드를 채택한 아이폰보다도 입력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게 첫 인상입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다양한 키보드 앱을 받아서 설치하면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도 개방형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의 특징입니다.
BES/BIS를 통한 블랙베리의 푸시는 지금까지 그 어떤 플랫폼도 따라가지 못할 수준입니다. 블랙베리는 익스체인지 서버를 쓰지 않는 일반 POP3 메일도 푸시해 주고, 메일 뿐 아니라 메신저, 페이스북, 트위터까지 푸시해 줍니다. 거기에 데이터 패킷과 전력 소비도 적지요. 푸시만큼은 어떤 모바일 플랫폼과 비교해도 블랙베리의 완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베리에서 디자이어로 넘어오게 된 건 구글 서비스와의 통합 때문입니다. 저는 메일과 일정, 연락처를 구글로 관리하고 있는데 안드로이드에서는 구글 계정 정보만 입력하면 메일, 일정, 연락처가 동기화되어 편리합니다. 아이폰에서는 구글의 익스체인지 서버를 지원하고, 블랙베리에서는 구글 싱크 앱을 통해 구글과 동기화가 가능하지만, 각자의 데이터 필드와 구글의 필드가 일치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편도 있고 안드로이드만큼 구글 서비스와의 연계가 매끄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에서 디자이어는 비교적 높은 사양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저 사양이 높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센스 UI나 다양한 위젯을 통해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스마트폰을 만들어 온 HTC의 저력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웹 브라우징 퍼포먼스나 카메라 성능, 넉넉하지 못한 메모리 등도 블랙베리 볼드 9000의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런 점들은 디자이어를 쓰면서 조금 덜 답답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부분이구요.
한편으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면서도 프로세스 관리를 기본 기능으로 제공하지 않는다던가 진동 모드로 전환이 번거롭다던가 하는 점은 사소할 수도 있지만 안드로이드의 아쉬운 부분입니다. HTC의 센스 UI나 삼성의 터치위즈 같은 UI를 덧씌워도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은 사용자에게 안드로이드가 친절한 운영체제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라이트 유저를 배려한 세부적인 완성도나 편의성에서는 앞으로 갈 길이 남아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쉽게 접근하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면 아이폰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메일 보내는 시간에도 에티켓이 있을까
블랙베리를 쓰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메일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블랙베리 외에도 많은 스마트폰이 푸시 메일(push mail)을 지원하는데, 급하게 확인하거나 전달해야 할 내용이 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스마트폰의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밤 11시나 12시에 메일이 올 때가 있습니다. 운 나쁠(?) 때에는 새벽에 메일 알림 때문에 잠을 깨기도 하구요. 가끔은 정말 급한 일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을 때 회사 메일을 받는다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
늦은 시간에 메일을 보내는 것에 토를 달 생각은 아니예요. 이런저런 메일이 쏟아지는 ‘러시 아워’에 메일이 묻혀버리는 일도 피할 수도 있고, 다음 날 출근과 함께 바로 확인하고 대응해서 시간을 절약하는 장점도 있겠지요. 저도 그런 생각으로 메일을 보내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스마트폰이 많이 쓰이면서 메일을 받아보는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메일을 보내는 일과 받는 일 사이의 시차가 거의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달라진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무 시간이 길고 사적 시간에 대한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우리 상황에서는 더 만만치 않은 일일 거라 생각은 하지만요.
당장 “나는 스마트폰 쓰니까 퇴근 후에 업무 메일 보내는 건 비매너염. ㅉㅉ”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스마트폰 사용자가 더 늘고 어느 정도 보편적인 업무 수단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그런 환경에 걸맞는 업무 방식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더 스마트하고 더 편하게 사는 건 결국 사람이 하기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P.S. 마음의 평화를 얻는 나름의 방법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퇴근 후 받는 메일에 대해서는 깨끗이 잊어버리면 됩니다.

